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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필하모닉 앤솔러지 시리즈 IV - 모차르트 & 베토벤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0-07-20 조회수 203 제공부서
정말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보는 경기필하모닉의 연주. 언제 봤는지 까마득해서 찾아보니 지난해 12월의 마스터 시리즈로 공연한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연주 이후 처음이었다. 물론 지난 2월에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통일신년음악회에서 경기 필하모닉의 연주를 보기는 했으나 그건 경기 필하모닉의 정기 공연이 아닌 특별 공연의 성격의 연주라 정기연주는 거의 7개월만이었다. ​공연 30분 전에 예술의전당에 알맞게 도착. 티켓박스에서 아트플러스 회원으로 신청한 초대권을 받으니 1층의 B블럭 뒷자리였는데, 피아노 협연이 있는 공연이니 그런대로 괜찮은 자리였다.​

객석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무대가 살짝 생경하다. 왜 그런가 자세히 살펴보니 보통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볼 수 있는 관악 연주자들이 올라가 앉는 단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모든 연주가가 같은 평면에서 연주하도록 해 놓은 것이었다. 나중에 연주자들이 들어오고 보니 바이올린 파트가 무대 하수 방향에, 비올라와 첼로, 콘트라바스 파트가 상수 방향에 자리를 잡았고, 그 중앙에 목관과 금관 파트가 위치한 독특한 형태였다. 이날은 관객의 동선을 최소화하여 밀접 접촉을 줄이기 위해 인터미션이 없이 진행되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경기 필하모닉의 연주가 큰 인기를 끌어 거의 좌석이 매진되다시피 했던 추세를 생각한다면 이날은 썰렁할 정도로 관객들이 적었다. 좌석 띄어앉기를 감안하더라도 3층을 오픈하지 않았음에도 빈자리가 상당히 많았다. 전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확실히 공연장을 찾는 노년층 관객이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영향도 있을 것 같다.

경기 필하모닉 단원들이 들어오고 무대가 정리되자 이진상 피아니스트와 마시모 자네티 지휘자가 무대에 나타났다. 사실 자네티가 자가격리를 끝내고 단원들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데다가 경기 필하모닉도 그동안 온라인 공연은 몇 차례 했으나 관객들과의 대면 연주는 오랜만이기 때문에 혹시 연주가 무뎌지지 않았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진상의 모차르트는 독특했다. 구슬이 톡톡 튀는 듯한 연주는 아니어서 일반적으로 모차르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의 연주는 아니었고, 뭐랄까 아주 차분하면서도 맑고 깨끗한 소리, 전혀 힘을 주지 않는 것 같으면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 주었는데, 그게 또 굉장히 모차르트다웠다. 자네티가 지휘하는 경기 필하모닉도 이진상의 음악에 맞춰 매우 자연스럽게 독주를 받쳐주어서 호흡이 정말 잘 맞는 연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악기를 현악기와 같은 높이로 배치한 것이 어떤 효과를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전성기, 유진 올만디가 소위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위해 관악기를 이와 비슷하게 배치했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현악기 뒤에 관악기를 배치하여 관악기의 소리가 앞에 있는 현악기에 묻혀서 나오게 한 데 반해 경기 필하모닉은 현악기와 관악기의 위치를 분리했기 때문에 필라델피아와 같은 사운드를 위한 배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번 커튼콜이 나왔지만 이진상은 앵콜 없이 연주를 마무리지었다.

이어진 무대는 R 슈트라우스의 <13대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였는데, 플룻 2, 오보 2, 클라리넷2, 바순2, 콘트라바순 1, 그리고 호른 4의 독특한 구성이었다. 콘트라바순 연주자를 제외한 모든 연주자가 서서 연주를 했는데, 10분 남짓되는 짧은 곡이었지만 다채로운 목관악기들의 음색이 화려하게 펼쳐져서 무척 재미있는 곡이었다. 슈트라우스가 18세 때에 작곡한 곡이라고 하는데, 호른을 넉 대나 편성한 것은 아직 아버지의 영향이 강한 시기에 작곡한 곡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경기 필하모닉의 각 파트 수석급 주자들로 구성된 목관은 그리 도드라지지는 않았으나 곡의 즐거움은 충분히 느끼게 해 주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날의 메인 곡은 아무래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된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이었다.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곡인 이곡을 독일의 음악학자인 라이너 카덴바흐가 오케스트레이션한 버전으로 연주했는데, 사실 연주자들이 올라오기 전에는 그래도 목관 정도는 있으려니 했으나 의외로 전원이 현악기로만 구성되었고 특이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트라바스도 포함되었다는 점이었다. 경기 필하모닉은 7-6-5-4-3 풀트의 구성으로 무대에 올랐는데, 개인적으로는 콘트라바스를 어떻게 사용할까 하는 것이 궁금했다. 곡은 거의 대부분 제1 바이올린이 맡은 부분은 제1바이올린 파트의 합주로, 제2바이올린이 맡은 부분은 제2바이올린 파트의 합주로 연주하는 식이었는데, 콘트라바스의 경우에는 늘 첼로와 함께 연주하지는 않았고 저음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편곡자가 생각하는 부분에서 첼로와 함께 연주된 것 같다. 이날 경기 필하모닉의 현악기 파트는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연주된 공연 가운데 거의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상블의 밀도가 높고 치밀해서 소리가 무척이나 단단했다. 벨벳처럼 유려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앙상블이 들려주는 강약의 조절이라든지 단번에 치고 올라오는 상승의 기류가 놀라웠다. 요엘 레비의 사임과 함께 KBS교향악단의 앙상블이 힘을 잃고 있고, 서울시향의 앙상블도 예전 같지 않은 이때 경기 필하모닉의 도약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특히 2악장에서의 놀라운 리듬의 약동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경기 필하모닉의 이런 연주에는 역시 에술감독인 마시모 자네티(Cond)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경기 필하모닉은 전임 성시연 지휘자가 마스터 시리즈를 기획하기 전에는 개인적으로 거의 들어본 경험이 없었던 악단이었다. 경기 필하모닉은 성시연 지휘자 때에도 꽤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감히 서울시향이나 KBS를 위협한 만한 존재감은 보여주지 못 했다. 그러나 성시연 지휘자가 다져놓은 바탕 위에 자네티가 날개를 달아 그가 부임한 이후의 경기 필하모닉은 정말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듯 하다. 자네티는 오페라에 능한 지휘자라고만 알고 있었으나 그가 경기 필하모닉에 부임해서 보여준 행보를 본다면 오페라뿐만 아니라 베토벤이나 브람스 등의 고전 레퍼토리에도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경기 필하모닉과 재계약을 맺어 임기가 연장되었으나 가능하다면 조금 더 자네티가 경기 필하모닉과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경기 필하모닉도 여러 차례 커튼콜이 이어졌고 연주시간도 90분 남짓에 불과했으나 앵콜곡 없이 연주회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별로 불만은 없다. 정말 놀라운 베토벤을 들었으니까. 앞으로 나의 최애 오케스트라는 경기 필하모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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