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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극단의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0-11-27 조회수 185
한태숙 감독이 경기도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것이 지난해 이맘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태숙 감독의 작품, 특히 <파묻힌 아이>의 관람을 고대하고 있었으나 이후 코비드 사태가 터지면서 티켓 오픈과 취소가 반복되며 하나도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다가 이번에 첫 작품이 겨우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다. 늘 하던 것처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난 공연 때 받았던 경기지역화폐로 인근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커피까지 하나 사 가지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 선큰무대 옆에 문을 열었다는 G카페에 가보고 싶어 일부러 찾아 갔으나 마지막 오더가 마감됐다고 해서 결국 그냥 나오게 되었는데, 공연이 있을 때라면 관객들이 늘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으면 좋겠다. 티켓박스에서 티켓을 받고 로비에 있었는데 입구에 정동환 배우가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다. 이 분은 공연장에서 다른 작품들을 관람하기 위해 온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수원까지 내려오는 것은 좀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 손숙 배우의 출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객석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무대는 푸른색의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무대 상수 쪽에는 높다란 망루가 하나 서 있었고, 하수 방향에는 긴 철제 책상과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객석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놓여 있었으며, 그 위로 큰 나무로부터 뻗어온 것으로 보이는 나뭇가지가 위에서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다. 무대는 말 그대로 업스테이지 쪽은 높게, 다운스테이지 방향은 낮게 만들어져 있었으며 업스테이지의 무대 좌우도 하수는 높게, 상수는 낮게 되어 있었다.이 작품은 자하련과 임화 vs 황성연과 박정빈, 광장 vs 집 안, 과거 vs 현재 등, 몇 개의 대립항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서로 겹쳐지게 연출되면서 다소 모호한 경계 때문에 쉽게 서사가 읽히질 않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작품을 보는 묘미도 있었다. 황성연은 남편 박정빈과의 사이에 딸 민지를 두고 있다. 박정빈은 젊은 시절 진보 계열에 있었던 인물었으나 아내 성연이 가난이 싫다며 보수정권에 참여하기를 권유해 지금은 보수당의 간부로 있다. 하지만 어떤 정치적 사건에서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조만간 감옥에 갈 처지에 빠져 있다. 한편 딸 민지는 정의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엄마의 평소 가르침에 따라 광장으로 나가 해고 노동자를 휘한 집회와 시위에 참여를 하는데, 여기서 성연은 자식에게는 정의롭게 살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부와 권력을 찾아 태도를 바꾸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인다. 성연은 시위에 참여해 며칠씩이나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딸을 찾아나서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그 거리에서 남로당이 숙청당하며 행방불명이 된 남편 임화를 찾아 거리로 나온 지하련을 마주치게 된다. 황성연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70여 년 전, 임화와 지하련이 결혼하여 살았던 바로 그 집이었는데, 그러니까 두 인물은 같은 집에 살았다는 인연으로 인해 거의 70년의 차이를 두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장면이 설정된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에 참여하다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황성연의 모습은 정치적인 문제로 실종된 남편을 찾아 헤매는 지하련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황성연과 지하련은 각각 딸과 남편을 찾아다니면서 시위 현장 부근에서 여러 차례 마주치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를 염탐꾼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황성연은 그동안 자신이 애써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시간에도 시위대가 외치고 있는,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명제였다. 그동안 기득권의 편에 서서 안정된 삶을 구가하며 없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웠으나 강한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은 것은 좀 아쉬웠다. 내가 보기에는 이 작품에서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은 시위대로 나온 앙상블 배우들이었는데. 시위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다소 상징적인 움직임이나 춤 등으로 표현한 장면이 많았다. 다만 그들이 외치는 구호에 절박함이 실리지 않은 것이 좀 아쉬웠다. 시위대가 모두 무대에서 뒤로 돌아 허리를 굽히고 있다가 다시 일어섰을 때 배우들의 뒤통수에 가면을 쓴 장면은 아주 기발했다. 그런 모양새로 배우들이 업스테이지 방향으로 이동하니 마치 배우들이 뒷걸음질 하는 모습으로 비춰서 아주 신기했다. 연극을 보면서 처음 보는 색다른 연출이었다. 무대 상수 방향에 놓여 있는 망루는 그 시각적 존재감에 비해 작품 속에서의 쓰임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좀 아쉬운 감이 있었다. 물론 고공시위를 하는 노동자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고, 공연에서도 그 망루 위에 올라간 노동자의 투쟁 장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저 단편적인 것으로 그치고 작품 속에서 특별하게 의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무대 장치에서 참신했던 것은 무대 상수의 테이블에서 이루어 지는 방 안의 장면에서 배튼에 매달려 내려온 흐릿한 유리였다. 그 장치 하나로 휑한 느낌의 공간이 마치 실내가 된 것처럼 변하게 만들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전반적으로 지금까지 보았던 경기도극단의 공연과는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어서 앞으로 경기도극단이 어떤 공연을 올릴지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었다. 사실 그동안 경기도극단의 작품은 거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전통적인 스타일의 공연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는 극단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고전은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창작은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서 무대에 올려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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