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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영웅은 언제나 민초들이었다.  
작성자 소윤수 등록일 2020-12-01 조회수 98
국가가 형성된 이래 지배층은 피지배층을 착취하고 억압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해온 것이 인류의 역사일 것이다. 피지배층을 이루는 민초들은 착취와 억압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때는 기어코 들고 일어섰지만 성공한 민란은 거의 없었고, 항상 관군 또는 외세에 의하여 진압되어온 것이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무신정권의 최고 지배자인 최충헌의 노비였던 만적이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는가? 때가 오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라고 해서 어찌 힘든 일에 시달리고 채찍질 아래에서 고생만 하고 지내야겠는가?"라고 부르짖으며 반란을 꿈꾸었던 것은 그만큼 노비들의 생활이 비참하였기 때문이었겠지만 스스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고려시대에 노비들이 들고 일어선다는게 참으로 무모한 일이었다 싶지만 그 후에도 숱하게 일어났던 민란의 정신적 기반은 충분히 되었으리라. 그러한 저항의식이 조선시대에는 동학혁명으로, 일제강점기에는 1919년 3.1 운동으로, 이승만 독재가 이어지던 1960년에는 4.19혁명으로, 군부의 쿠테타와 독재에 항거하던 1980년에는 광주시민혁명으로, 2016년에는 광화문 촛불시민혁명으로 이어졌던 것이리라. 무용극 '률'은 이러한 민초들의 저항의식과 행동의 역사 중 고려시대 노비인 만적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것이라 그런지 참으로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무대로 꾸며져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용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주제만큼은 아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 십명의 무용수들이 장고를 메고 나와 누군가가 땅! 따당! 하면서 신호를 보낸 후 짝!하는 채찍 소리를 내자 다른 무용수들이 그에 호응하여 장고소리가 늘어나고 또 다른 채찍소리가 들리며 점점 확대되더니 마침내는 우뢰와 같은 소리로 커지는 것을 보면서 민초와 민중의 단합된 힘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를 느낄 수 있어 아주 인상 깊었다.'률'공연을 보면서 "풀은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고 읊은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숙청을 당하여 몰락한 집안에 홀로 남은 아이를 안고 갔던 노인이 결국에는 민초들을 위하여 끝까지 싸우다 화살을 맞고 죽은 '률'의 시신을 수레에 싣고 쓸쓸히 떠나는 모습에서 언젠가는 '률'과 같은 또 다른 영웅이 풀처럼 살아 일어날 것이라는 슬프면서도 비장한 믿음이 느껴졌다. 한국무용의 부드러운 선이 살아있으면서도 역동적인 동작과 군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것 같아 주제에 걸맞는 표현을 해내기 위하여 무용단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가늠이 되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기 위하여 마스크를 끼고 연습하는 장면 등이 화면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참으로 눈물 겹도록 감사한 마음이 더욱 크게 들었다. 또한 무용의 배경 음악도 아주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아 제작진들이 얼마나 많은 협의를 하고 수고를 기울였을지 짐작이 되어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아직도 무용은 낮설고 어렵지만 이번 '률'공연을 통해 무용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참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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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 게시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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