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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공연만으로는 아쉬운 무대 - 베토벤 음악극 <그래야만 한다>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0-12-06 조회수 257
분명히 전에 공연시간이 16:00인 것을 확인했었는데, 휴대전화의 캘린더에는 시간을 17:00로 적어 놓는 바람에 나름 여유롭게 간다고 16:00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먼저 G카페를 들르려다 티켓 오픈시간이 되어 티켓 먼저 찾자는 생각에 유유자적한 걸음으로 대극장으로 갔는데 입구에서 이미 공연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을 했다. 전적으로 공연시간을 확인하지 못한 내 실수이지만 경기아트센터의 공연시간은 공연마다 들쑥날쑥이라 일관성 있게 체계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미 공연이 시작되어 프롤로그 부분의 연주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경기아트센터의 로비에 설치된 수상기는 화질이 너무 나쁘고 조명이 번져 보여 무대에서 벌어지는 공연 내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예술의전당처럼 소리도 나오게 하고 화질도 개선해서 지연 입장객들이 공연 내용을 보면서 기다릴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첫 곡인 <현악 4중주 16번>의 4악장 연주가 끝나고 바로 어셔의 안내로 지연입장을 할 수 있었는데, 제 시간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고 있던 사람들에게 좀 미안했다.

이 공연은 1804년부터 2070년까지 267년 동안 베토벤과 관련한 8개의 장면을 골라 내용을 구성하여 두 명의 배우들이 그와 연관된 짧은 에피소드를 연기하고, 이어 그 에피소드에서 추출한 선택지를 관객들에게 제시한 뒤, 일곱 명의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그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 다음, 연주를 들려주는 식으로 짜여져 있다. 연주는 현악 4중주곡을 제외한 모든 곡들이 편곡된 곡이고 시간 관계상 전곡을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클래식 공연이라기보다는 제목 그대로 음악극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음악보다는 극에 더 방점이 찍힌 공연인데, 다만 비슷한 류의 다른 음악극과는 차별된 것이 연주자들이, 그것도 경기 필하모닉의 일급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서 해당 곡을 연주해 준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8개의 장면을 고르는 것도 그렇고 그 장면에 적합한 선택지를 만드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기획자들이 고민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 공연이었다.

먼저 경기 필하모닉의 정하나, 이윤의 두 악장이 참여한 현악 4중주단의 연주가 아주 좋았다. 연기와 연주가 교차되어 진행되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악 4중주단의 연주는 여느 음악회에서의 수준 못지 않게 세밀한 표현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진행되었는데, 특히 요즘 꺅TV의 랜선 클래식 현악기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출연하고 있는 이윤의 악장과 이지은 첼리스트를 가까이에서 보아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이지은 첼리스트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제2바이올린 이지혜 악장의 동생이라고 알고 있다. 공연장에 들어가서 처음 들은 <현악 4중주 13번 5악장>도 좋았지만 에필로그에서 연주해 준 <현악 4중주 16번 3악장>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날 정하나 악장은 조재혁 피아니스트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는지, 빨갛고 까만 디지털 무늬의 양말을 신고 나왔는데 내 시야 정면으로 보여서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무대 상수 방향에 현악 4중주단이 자리잡고 있었다면 하수 방향에는 피아노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로 구성된 팀이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이 악기 구성은 연주되는 곡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두 팀이 함께 연주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 팀의 구성원들이 섞여서 연주하기도 했으나 기본적인 구성은 두 팀으로 나눠서 연주하는 것으로 컨셉을 잡은 것 같았다. 여하튼 현악 4중주단이 치밀하고 정교한 연주한 연주를 들려주었다면 상대적으로 이 팀은 좀 더 다이나믹하고 변화무쌍한 음악을 담당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삑사리를 가장 많이 내는 호른과 트럼본이 포함되어 있어 저으기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이날 연주를 담당한 유선경(Hrn), 이우석(Trb) 두 연주자는 아주 안정된 소리로 그 흔한 삑사리 하나 없이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경기 필하모닉 타악기 윤재현 부수석의 마림바 연주는 들어본 기억이 없어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평소 경기 필하모닉의 연주에서는 이 분이 팀파니 연주석에 있지 않을 때에는 무슨 악기를 연주했는지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윤재현 부수석은 마림바와 팀파니를 오가며 분주하게 연주를 했다. 이솔 피아니스트는 내 자리에서는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연주자였는데 멀리서 보니 언뜻 중성적인 인상을 주었으나 연주는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

8개의 장면에서 서로 다른 역할로, 그리고 매 장면마다 의상을 바꿔 입고 나온 두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황성연, 서지우 두 배우는 기본적으로 음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특히 장면 4에서는 서지우 배우가 윤심덕으로, 황성연 배우가 홍난파로 분해 연기를 하며 각각 바이올린과 플룻을 가지고 나와 놀랍게도 직접 베토벤의 곡을 조금씩 연주를 했다. 서지우 배우는 <아델라이데>를 바이올린으로, 그리고 황성연 배우는 <이히 리베 디히>를 플룻으로 연주를 했는데, 서지우 배우의 경우에는 이 공연만을 위한 연습으로는 연주하기 어려운 정도의 실력을 보여서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역시나,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고 한다. 장면2에서는 두 배우가 방역복을 입고 객석으로 나와 직접 소독액을 뿌리고 소독천으로 안전바를 닦기도 하면서 방역요원들의 모습을 실제로 재현해 주어서 마음이 좀 찡했다. 장면 6에서는 2070년, AI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는, 음악이 사라진 지구의 황폐한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음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었는데,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장면 7과 장면 8에서 두 배우의 코믹한 연기도 기억에 남았다.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연주자들의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치는 것이 당연할 텐데 이날은 관객들의 박수가 매우 인색해서 좀 아쉬웠다. 이럴 땐 관계자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박수를 유도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내 생각에는 연주가 시원찮았다든지 하는 이유가 아니라 아마 관객들에게 생소한 형식의 공연이었어서 언제 박수를 쳐야 할지를 관객들이 판단하기 어려워 그랬던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 이날 한 번만으로 무대에서 내리기는 아쉬운, 정말 재미있고 색다른 방식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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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 게시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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