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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반향>, 한 편의 연극을 연출하다.   추천 1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12-08 조회수 206
이번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경기아트센터가 아닌, 서울 에술의전당에서 관람했다. 객석에 들어가 앉아 무대를 보니 무대는 3단으로 구성되었는데 특이하게 3단의 타악기 연주자들을 제외하고는 요즘 대부분의 국악관현악단들의 공연과는 달리 연주자들이 의자 없이 방석에 앉아서 하는 전통의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일반적인 국악관현악 연주회에서 보기 어려운 악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무대 하수 방향에는 녹색의 축이 있었고, 중앙에는 범종이, 그리고 상수 방향으로는 흰색의 어가 있었으며 상수 방향 출입구 가까이에는 지난번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연주 때와 마찬가지로 편경이 뉘어진 상태로 나와 있었다. 합창석 중앙에는 창덕궁에 있는 불로문을 연상케 하는 흰색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뒤로는 커다란 천이 펼쳐져 있었으나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그 천이 어떤 용도로 펼쳐져 있는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무대 위의 악기들은 통상의 국악관현악 연주 때에 비해 상당히 단출했다.

이 공연은 일반적인 국악관현악 공연과는 달리 공연 전체가 한 편의 잘 짜인 연극과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그것은 공연 자체에 연출의 개념을 넣어 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연의 시작도 연극 같았는데, 무대에 불이 꺼진 상태에서 연주자 한 명이 조용히 무대로 나와 범종 옆에 앉아 있다가 자신에게 핀조명이 비치니 해머를 들고 범종을 천천히 세 번 쳤는데, 그 사이 연주자들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나와 자리를 잡고는 이내 무대 위에 조명이 은은하게 밝아치자 첫 곡의 연주가 시작됐다. 그러니까 범종의 연주는 보통 박으로 연주의 시작을 알리는 것을 변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휘자도 피아노 의자에 앉아 지휘를 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는데, 이는 연주자들이 모두 방석에 앉으니 연주자들과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인터미션 없이 90분 동안 진행된 공연을 한 편의 연극처럼 구성하려고 한 시도는 낯설지만 새로웠고 90분이라는 공연 시간에 비해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들이 연주되었다. 일반적인 국악관현악 연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분위기의 곡도 있었고, 현대의 전자음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곡도 있었으며, 현대곡과 전통적인 곡을 이어서 만든 곡도 있어서 상당히 만족스럽게 본 공연이었다. 한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의 색깔을 들려주려니 불가피하게 무대 세팅이 자주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자칫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줄 수도 있어 무대 세팅에 걸리는 시간 동안 작은 공연을 곁들여준 연출도 신선했다. 파란색으로 바닥을 장식하고 각별히 조명에 신경을 써서 무대를 다채롭게 꾸민 시도도 나쁘지 않았으나 혹여 관객들에게 음악보다 다른 요소가 더 부각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좀 있었다. 어쨌거나 다른 악단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참선한 느낌을 받았다.

아쉬운 점은 좋은 무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걸 봐줄 관객들이 적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현재 우리나라 공연계에서는 국악의 관객층이 가장 얇은 편임에도 이날 티켓 가격이 1층석 60,000원, 2층석 40,000원, 3층석 20,000원으로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티켓 가격을 조금 낮춰서 더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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