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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경기필하모닉 신년음악회]하나의 끝맺음은 다른 시작을 잉태한다는 경험을 한 공연   추천 2
작성자 전정원 등록일 2022-01-23 조회수 139
우연한 기회에 작년부터 인연을 맺게 되어 개인적인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쉼터로 자리매김한 경기아트센터, 덕분에 저는 연극 ‘파묻힌 아이’ 관람에서부터 영화 ‘불멸의 연인’ 참관, 뮤지컬 ‘금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마주할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는 올해 첫 만남으로 경기 필하모닉이 주관하는 신년음악회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 5일 기본 6시 이후에 퇴근 기회가 주어지는 서울 근무 직장인 입장에서 수원에 위치한 경기아트센터에 저녁 8시까지 도착한다는 건 상당히 버거운 일이긴 했습니다만 이번엔 어느 오감의 즐거움이 있을 까라는 기대감에 서울역발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부지런히 이동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설명하기 쉽지 않는 즐거움이 밀려왔습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대중가요 콘서트나 뮤지컬 등은 여러 차례 참여할 기회를 가져왔습니다만 그동안 클래식에 대한 접촉은 테이프나 CD, MP3 아니면 영상이 함께한 전자매체가 한번 여과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지, 이렇게 음악회에 참여하여 직접 공기의 울림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첫만남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였다는 점이 감사했습니다.

아트센터에서 제공한 프로그램 북에 따르면 신년음악회는 대부분 19세기 유럽을 왈츠의 광풍으로 몰아넣은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와 그들과 같은 시대를 누볐던 작곡가들의 가벼운 음악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전통에 역사적 우여곡절이 있는데 그 왈츠와 같은 사교음악으로 신년음악회가 기획된 이유가 히틀러의 제3제국 시절 가난한 이들 기금마련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왈츠를 기반으로 새해 음악회를 구성하는 전통이 유지되었고 이것이 점차 세계로 퍼져 나가 지금은 지구촌이 공유하는 문화적 전통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전통에 근거한 기획인지 이번 음악회도 요한 슈트라우스를 중심으로 에밀 발트토이펠, 프란츠 레하츠, 졸탄 코다이의 왈츠와 폴카 그리고 무곡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곡들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빌려 공연 내내 아트홀 대극장 속 공기를 지속적으로 두드렸고 저 또한 그 두드림에 동화되어 시간의 흐름을 잊을 지경이었습니다. 또한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이나현씨가 트럼펫으로 요한 훔벨의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해 주셨는데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바다 흐름 가운데 홀로 고동소리를 내며 지평선을 가로질러가는 돛단배를 ‘음’으로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편, 공연 내내 지휘자의 열정적인 몸짓이 소리와 함께 시각을 계속 자극하여 뇌리에 깊게 남았는데 알고 보니 경기필에서 진행하는 마지막 공연을 하는 정나라씨의 심정이 동작에 묻어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인사 속 울먹임과 목소리가 글을 쓰는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지휘자를 보내는 단원들이 아쉬운 마음이 담긴 앵콜곡 Auld Lang Syne(석별의 정)은 7년간의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정나씨에게도 큰 의미가 되었겠지만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막 맞이한 공연장의 관객들에게도 하나의 끝맺음과 함께 바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데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즐겁고도 무언가 남는 공연을 기획해준 여러 사람들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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