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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무용단 순수-더 클래식]인상적인 미장센을 만들어 낸 한국무용의 정수   추천 2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2-04-18 조회수 535
공연 전부터 경기도무용단과 경기 필하모닉의 콜라보 공연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진 작품을 첫공 때 관람했다. <순수 - 더 클래식>은 프롤로그 - 순수의 땅 - 생명의 태동 - 회한의 시간 - 에필로그의 다섯 부분으로 나뉜 구조로 되어 있고, 그 다섯 부분에 모두 열 개의 작품이 선보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시종일관 경기 필하모닉이 클래식 곡을 연주하고 경기도무용단이 그에 맞춰 현국의 춤사위를 곁들이는 형태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무대를 보니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 경기 필하모닉은 오케스트라 피트에 자리를 잡고, 국악 전문 연주단체인 아라한은 무대 뒤에 드리워진 샤막 뒤에 자리를 잡고 때로는 함께, 때로는 개별적으로 연주를 했다.


이날 지휘를 맡은 정나라 충남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 마련된 포디움에 올라 첫 곡인 손다혜의 <강강술래>를 연주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위에 설치된 둥근 원형의 구조물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비스듬하게 허공에 매달린 모습이 강강술래의 원무와 잘 어울려서 멋진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이 미장센이었는데, 열 편의 작품이 각각 만들어내는 미장센이 아름다운 한복과 어울려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청홍의 치마를 각각 입은 4명씩의 무용수가 나와서 한 줄로 서서 춤을 추는 등, 기존의 동적인 강강술래를 정적인 형태로 표현한 점이 이채로웠다.


프롤로그에 이어 첫 번째 장인 '순수의 땅'에서는 태평무와 한량무, 부채산조가 공연되었다.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가운데 마지막 곡인 '키이우의 큰 성문' 음악을 배경으로 태평무가 시작될 때에는 무대 뒤편으로 내려온 샤막에 용이 새겨진 곤룡포의 둥근 흉배가 투사되어 이 춤이 궁중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듯했다. 짧은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끝나고 사물 연주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평무가 공연되었는데, 통상의 태평무보다 훨씬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으며 특히 군무 부분에서는 장삼 없이 춤을 추어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한량무가 공연될 때에는 선비들의 춤이라는 것을 나타내듯 샤막에는 빽빽한 대나무 숲이 투사되었으며 나는 이때서야 뒤늦게 이날 무대가 살짝 비스듬하게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남성들의 힘 있는 동작과 함께 부채가 펴지고 접히는 소리가 산뜻했고, 이와 대조적인 느낌을 준 부채산조에서는 무용수들이 독특하게 잎사귀 모양의 부채를 들고 나와 부드러운 동작의 춤을 보여 주었다. 무용수들의 의상이 특히 예뻤는데 치마 하단 끝동에 색을 준 것이 포인트였다.


두 번째 장인 '생명의 태동'에서는 진도북춤과 장구춤이 배치되었다. 객석의 적막을 깨는 태평소의 연주로 시작된 진도북춤은 강렬한 북소리로 생명의 약동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역동적인 춤사위가 북소리와 잘 어울렸다. 장구춤은 위아래 푸른색 의상을 착용한 13명의 무용수가 종횡으로 이동하며 다양한 리듬에 맞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무대 양쪽에서 서로 충돌할 듯 무용수들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동작은 아찔함을 느끼게까지 해 주었다.

세 번째 장인 '회한의 시간'은 전체적으로 진혼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배치했는데, 신칼대신무와 살풀이, 그리고 지전춤이 공연되었다. 신칼대신무에서는 긴 장대 끝에 종이로 만든 신장대라는 것을 붙여서 이를 흔들며 춤을 추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왜 위로의 의미가 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춤이었다. 이어진 살풀이는 비탈리의 <샤콘>을 배경으로 추어졌는데, 살풀이가 갖고 있는 의미와 비탈리 <샤콘>이 분출하는 느낌이 잘 어울렸지만 생각보다는 무용수들의 동작이 빨라서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 작품이 공연될 때 천장에 매달려 있는 원형 구조물의 한쪽이 무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내려왔는데, 이 장면도 비극적 분위기와 잘 매치가 되었다. 지전춤은 반대로 좀 밝은 느낌의 춤이었는데, 이는 진혼의식을 통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성황당 앞의 나무를 배경으로 무용수들이 뛰며 도는 동작을 통해 온갖 감정들을 풀어 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최한별이 새롭게 작곡한 곡과 함께 학춤이 공연되었다. 그런데 학춤에서는 무용수들이 학의 탈을 쓰지 않고 선비 복장을 한 채, 춤만 학춤을 추었는데, 무대에 점점 무용수들의 숫자가 늘어나더니 경기도무용단의 모든 무용수들이 출연한 듯, 무대를 가득 매웠다. 남녀 무용수 모두 도포의 넓은 소매를 펄럭이는 게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냈다. 흰색의 도포와 끝동의 검은색이 뚜렷한 대비를 이뤄 시각적으로 눈에 확 들어왔으며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드는 단순한 동작이 장관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무용수들의 무대 하수의 대각선 방향을 보고 서서 일렁이는 파도와 같은 모습을 만들어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부분의 미장센도 환상적이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김상덕 경기도무용단장은 국립무용단장 시절에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 자주 국립무용단의 공연을 보러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지난해 경기도무용단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만족스러웠다. 공동안무를 맡은 윤성철 안무가도 국립무용단에서 김상덕 예술감독과 함께 활동한 덕에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 것 같다. 공연의 제목이 <순수>였으나 <정수(精髓)>라고 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공연이었다. 차후 경기도무용단의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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