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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의 민족 : 바우덕이 트랜스포머]과거와 현재, 무대와 관객을 잇는 연출의 힘   추천 0
작성자 박상문 등록일 2022-05-22 조회수 25
지난 21일 오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의 <장단의 민족 : 바우덕이 트랜스포머>를 관람했다. 남사당 최초의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이름을 물려받을 팀을 선정한다는 컨셉 아래 5개 공연이 펼쳐졌는데, 무대 양쪽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 설명 및 시각적 효과를 더하고 오픈 채팅방으로 관객 참여도 이끌며 시종 흥미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일부 아쉬움도 남았던 바우덕이 콩쿨전, 아래 개인적 감상을 전한다

#K-덧뵈기

코로나19부터 러-우크라 전쟁까지 최근 3년여간의 정치, 사회, 국제 이슈가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고 빠른 호흡의 곡조로 혼란스럽고 복잡다단한 시대상을 그리는듯 시작된 K-덧뵈기.
국정농단 사태에 K-POP으로 대응한 대학가 시위를 다룬 뉴스룸 엔딩을 기점으로 분위기 전환, 당시 불렸던 소녀시대 다시만난세계의 가사가 무대 위 조형물에 띄워지며 곡은 긴장감과 웅장함을 더해갔다. 이어서 관객들의 기도를 실시간 채팅방을 통해 받고, 스크린을 통해 공유하는 동시에 그레타툰베리 탈을 쓴 두 사람의 ‘비나리’로 마무리된다.

마치 소원성취를 위한 의식을 한바탕 치룬 것만 같았던 무대. 스크린에 소개된 사람들의 바람 중 “주 4일제” “머리 좋아졌으면” 등 내용엔 웃음이 나기도 했고, 내 곁의 사람을 위한 기도엔 뭉클함과 공감이 일기도 했다. 21세기 다시만난세계의 긍정적이면서도 개혁적 메시지를 조선시대 덧뵈기의 풍자와 해학에 연결시켰다는 점, 곡의 전환마다 시각적 효과와 참여 요소를 더해 집중력있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처녀총각줄타기

남성 풍물패의 상모돌리기로 시작한 두 번째 무대, 풍물패를 위에서 촬영한 화면을 무대 뒤편 스크린에 띄워 재미를 더했다. 바닥에 그려진 형형색색의 곡선과 풍물패가 그리는 하얀 곡선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전했고, 뒤이어 시작된 여성 예인의 줄타기가 감탄을 자아냈던 무대.
난이도를 더해가는 줄타기 연기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곡조의 합, 상모의 초리가 돌아가는 소리로만 무대를 채운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사각거리는 소리는 연습할 때 단원 본인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데 어떻게 객석에 전해지게 했는지 궁금하기도.

첫 번째 곡보다 더 활발해진 실시간 채팅창에, 관객들의 의견과 해설이 올라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다. 정적이고 경직될 수밖에 없는 좌석 환경에서, 야외 마당놀이가 아님에도 “지금 노래는 어떤 노래?” “줄 타실 때 어떤 마음일까” “조심하세요” 등 나와 같은, 또 다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았던 부분.

#버나_정가

“먹을것도없는
데.....
접시나 돌리자“
(공연 본 사람들은 이해할 줄바꿈)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았던 세 번째 무대. 이 무대의 버나놀이는 연장도, 자세도 바꾸지 않고 똑같은 모습으로 이어졌다. 버나놀이의 다양성이 초점이 아니었던 것. 그를 찍는 카메라도 접시가 아닌, 접시를 돌리는 (20세기에 이렇게 접시를 돌렸을) 사람에 대한 조명을 하고자 했다.
집중하는 눈동자,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 땀방울, 아슬아슬한 순간 타들어가는 입술. 구슬픈 곡의 분위기가 희망적으로 전환되면서 접시 돌리는 이에게도 미소가 떠오르고, 카메라맨이 와이어를 타고 접시와 그 표정을 한 앵글에 담자 알 수 없는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실시간 채팅창에서도 곡과 퍼포먼스의 어울림, 카메라 감성, 표정에 대한 평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가의 선율도 아름다워 누가 부르는 건지, 무슨 곡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시미놀음

관객이 무대로 올라가 참여했던 무대. 채팅창에 20명의 좌석번호가 안내되고, 의문의 빨간 비닐을 하나씩 맡아 단원들의 인형 연기와 호흡을 나란히 하며 바람을 채워넣었다(알고 보니 그 비닐은 남은 관객들이 잡아야 할 이시미였다..)
이 무대 역시 그 옛날 인형놀이의 내용이 아니라 단원들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과거의 유머코드에 억지로 공감시키는 것이 아닌, 회전무대를 통해 무대 뒤편을 보여주며 그것을 연기한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출이 빛났다.

채팅창 반응도 “한국에서 이런 공연을 보다니” “연출이 대단” 등 새로운 구성에 대한 호평이 많았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관객들도 있었다.

#경기아트센터_길놀이

이 날의 무대를 준비한 단원들의 출근길 독백이 스크린 자막으로 띄워지고, 두 명인의 길을 그린 무대 위 연기가 조화로웠다.
“아빠 간다!” 하고 아내와 아이에게 인사하고 나서는, 어떤 고속도로를 탈 지 고민하는, 나이 들수록 대사량이 떨어진다며 걸어서 출근하는, 어쩌면 내 이야기 같은 익숙한 일상들 속에서 단원들과 관객을 연결하는 연출의 힘을 생각했다.
“관객들이 위안과 희망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경기아트센터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독백 자막에선 낯선 단원임에도 불구, 오래 지켜봐 온 분인 것마냥 고맙고 뭉클했달까.

공중 조형물이 마치 커튼처럼 위-아래로 움직인 연출도 무대 위 3층 단원까지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스크린이 꺼지고 뒤이어 나온 외줄타기, 남사당패의 느린 호흡의 퍼포먼스까지 더해 가장 종합적이고 다채로웠던 무대.

#몇 가지 아쉬움_그리고

나 같은 국악알못에게는 좋은 계기가 된 공연이었지만 전통적 공연과 깊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아쉬웠을 듯. 현대적 감각에, 실험적 시도가 주를 이루는 공연임을 대변하듯 주 관객층도 3040과 부모님 손잡고 나온 어린이들이었다.

또한 무대 위로 올린 오픈 채팅방은 그 내용과 흐름에 따라 공연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축을 차지했는데,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위험해 보였다. 이번 공연에선 다행히 사고 없이 활용됐지만, 부적절한 내용이나 잘못된 정보가 노출될 수도 있었던 상황으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객석에 따라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대형 시설물이 설치된 공연이었음에도 사전 안내가 없었던 점이 아쉽다. 좌석 선택에 참고할 수 있도록 친절한 사전 안내가 있었다면 좋았겠다.


사람마다 느낀 바가 다 다르겠지만 나는
우선 이 무대와 무대를 만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사는 시대와 사람들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데 대해, 거기에 어떤 감정을 더해준 데 대해. 경기필 연주를 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정과 경험이었다 (이것이 국악인가요..)

앞으로의 무대에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소소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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