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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무용단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시도한 <디 오브젝트>   추천 0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06-17 조회수 977

처음 홈페이지에서 이 공연의 포스터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으나 내가 과연 이 작품을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공연을 보기로 했고 공연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조금 일찍 경기아트센터에 도착해서 티켓을 찾고 무료로 제공된 프로그램북을 받아 일단 카페G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찬찬히 프로그램북을 훑어 보니 어떤 공연일지 약간은 그림이 그려졌다. 조금 일찍 객석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서둘러 커피를 마시고 객석으로 입장했다. 좌석은 보통의 공연과 달리 무대 위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공연 전 무대 사진 쵤영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무대객석으로 올라가기 전 중앙 객석 쪽으로 이동해서 무대 사진을 한 장 찍고 찍고 객석으로 들어갔다.

일단 무대 위 중앙의 비워진 공간을 둘러싸고 3면에 걸쳐 접의자를 놓아 객석을 만들었고, 오케스트라 피트에도 좌석이 있어 전체적으로는 무대를 둘러싼 사방에 객석을 놓은 형태로 마치 야외에서 펼쳐지는 마당놀이나 탈춤 공연장을 실내로 옮겨놓은 듯했다. 상수 방향으로부터 콘트라바스 연주자의 단 옆으로 객석 R석, 그 옆에는 철골 구조로 된 2층 높이의 타워가 있었고, 그 옆으로는 중앙의 객석 S석, 그 옆으로는 길이 5m, 높이 2.5m 정도 규모의 튜브가 있었으며 그 옆은 객석 L석이 있고, 그 옆 하수 방향의 끝으로는 드럼 연주자의 자리가 있는 식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치가 타워와 튜브였는데, 타워는 철제로 육각형의 틀을 2층으로 짜고 여러 조명과 사다리를 설치해 놓았고 2층에는 유지완 음악감독이 자리를 잡고 다른 연주자들과 신호를 나누며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하는 공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타워 한 쪽 앞에는 커다란 휠이 있어 그 휠을 돌리면 원통형의 조명이 켜지는 장치도 있었다. 튜브는 역시 철골로 원통형의 뼈대를 만들고 아크릴 재료로 보이는 투명한 벽을 설치한 장치로 이동과 정지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프로그램북에는 전체 공연이 아홉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나와 있었으나 실제 공연에서는 그것과는 다소 다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다 인상적이었으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타워와 튜브, 그리고 장삼과 같은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 등이었다. 타워 장면에서는 타워의 1층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용수들이 서서히 몸을 드러내며 타워에 오르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며 음악에 맞춰 움직였다. 프로그램북의 설명에 의하면 죽은 오브제가 생명체처럼 맥박이 뛰며 호흡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하는데, 그럴 듯했다. 튜브 장면은 경기도무용단과 대구시립무용단이 각기 공연을 했는데, 이 튜브는 대구시립무용단 측의 아이디어인듯, 경기도무용단이 튜브를 이용했을 때보다 대구시립무용단이 훨씬 다양하면서도 다이나믹한 동작들을 만들어냈다. 남녀 무용수가 튜브 안에 들어가 남성무용수가 여성무용수를 거꾸로 들어 남성무용수는 튜브의 아래쪽을, 여성무용수는 튜브의 윗쪽을 밟고 걸어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튜브의 안과 밖에서 서로 손을 맞춰가는 동작은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네 명의 무용수가 튜브 안에서 엇갈려가며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도 많은 훈련을 통해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삼과 같은 의상을 어깨에 걸치고 춘 춤은 경기도무용단에 의해 공연되었는데, 이날 공연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춤사위와 닮아 있었다. 바로 옆에서 무용수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공연이었다. 포스터에는 이머시브 공연이라고 되어 있었으나 관객이 참여하는 형태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의 공연을 관람한다기보다는 바로 옆에서 체험하는 형태의 공연이라는 점에서는 이머시브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로그램북에 여러 차례 '낯설게보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표현은 시 창작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시와 비슷한 표현일 것이라 생각했다. 시를 처음 접하면서 그 의미를 다 찾아내기는 어려우니 이 작품에서도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연을 접했다. 어짜피 스토리도 없는 작품이니 그 장면 장면에서 음악과 동작의 어울림, 무용수들의 동작에서 느껴지는 감정, 이런 것에 충실하면서 관람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경기도무용단으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용에는 문외한이지만 개인적으로 무용을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 등으로 분명하게 선을 긋는 건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은 전통대로 지켜나가되, 현대적인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처럼 기존의 세분화된 구분의 틀을 깨고 좀더 자유롭고 새로운 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도무용단도 전통적인 공연은 당연히 그 전통을 살려서 해야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말고 현대무용이나 발레 같은 요소들도 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처럼 현대무용단과의 협업도 좋은 방법이고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친다면 나중에는 경기도무용단 자체의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이날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무용단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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