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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경계에서 낯섦을 마주하는 시간 : 디 오브젝트(The Object)   추천 1
작성자 박윤경 등록일 2021-06-29 조회수 290
2021년 6월 17일, 경기아트센터에서 ‘디 오브젝트(The object)’ 저녁 공연을 관람했다.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처럼 무대 위에 객석이 마련된 공연이었다. 공연하는 공간을 둘러싸고 사방이 객석이라는 점에서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와 달랐다. 나는 무대 왼편 끝에 앉았는데, 객석 바로 옆에서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신선했다. 객석이 가까운 덕분에 아주 가까이에서 무용수들의 동작뿐 아니라 표정까지 볼 수 있어 남다른 경험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맞은편 객석과 무대 왼편 객석에 각각 소파와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소파에는 멍한 표정의 남자가, 의자에는 악기를 든 여자가 앉아 있다. 이 공연이 ‘왜?’라는 물음을 유발하겠구나, 짐작하였다. 객석 뒤편에 있는 스피커에서는 연출된 화이트 노이즈가 들려왔다. 숨소리와 말소리가 섞인 불분명한 소리였다. 듣다 보면 듣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소리, 낯설지만 익숙하게 젖어드는 소리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꼭대기에 드럼이 위치한 타워 안에서 무용수들이 하나씩 ‘피어올라’ 철봉을 타고 춤을 추었다. 끈끈하게 눌어붙어서 흐느적거리는 몸짓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인지라 무용수가 극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는 시간이었다.

쭉쭉 늘어나는 ‘보자기(?!)’ 의상을 입고 나온 무용수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용수들은 불투명한 헝겊 안쪽에 온몸을 숨긴 채로 몸부림쳤다. 처음에는 고무공처럼 무대 위를 휘젓고 돌아다니는 그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발버둥처럼 느껴진다고 느끼면서 왠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조명을 받아 의상 빛깔이 달라질 때, 몸피가 늘어났다 줄어들 때, 그 안의 존재가 살아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에 갇혀 그 유한함을 언제고 상기해야 하는 인간을 표현한 것이었을까.

공연이 후반부로 가면 무대 위로 바퀴 하나가 등장한다. 둥근 테 모양으로 만든 거대한 ‘그것’은 무대 위로 미끄러져 들어왔다가 돌아나갔다. 그리고 또 등장했다. 무대 위로 올라온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을 보며 주체인 줄로만 알았던 인간이 객체로 밀려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인간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무엇도 지배할 수 없고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음을 익히 확인하였다. 그 쓸쓸함을 담은 춤이었다.

공연은 한편으로는 ‘공유를 통한 공감’을 일으켰고, 다른 한편으로는 ‘객관화를 통한 낯섦’을 느끼게 하였다. 마지막에 대치하여 선 두 타워 꼭대기에서 드럼 연주가 시작되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노래가 되어 흘렀다. 딱히 우울하지도 그렇다고 경쾌하지도 않은 ‘이상한 경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봐 왔던 여러 현대무용과는 사뭇 다른 색을 띤 공연이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음에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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