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연리뷰 상세보기
잔잔한 감동이 있었던 웰빙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추천 0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03-29 조회수 920

이 작품은 순전히 이순재 배우를 무대에서 직접 보기 위한 목적으로 예매한 공연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제 무대에서 이순재 배우의 공연을 관람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여든이 넘은 배우의 실제 무대는 드문 기회이기 때문에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더구나 이순재 배우와 페어로 출연하는 배우가 박소담이니 일거양득이었다.


예매를 할 때, 1열이나 2열은 너무 앞이라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고개가 아플 것도 같아 3열로 예매를 했는데,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한 자리 띄어앉기 덕에 앞에 시야를 가리는 관객이 없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대부분 한 자리 띄어앉기를 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어느 자리는 두 자리가 연속으로 미판매석으로 지정된 좌석도 있었는데, 그 좌석은 기계적으로 한 자리 띄어앉기를 할 경우, 그 자리에 관객이 앉으면 뒷자리 관객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리였다. 그러니까 경기아트센터는 다른 공연장들과 달리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한 자리씩을 띄운 것이 아니라 실제 관객들의 시야를 세밀하게 측정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두 자리를 띄도록 아주 세심하게 배려를 해 놓았던 것이었다. 지난 번에 명동예술극장에 가니 한 자리씩 엇갈리게 배치를 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관객들을 앞뒤 한 줄로 쪼르륵 앉게 해 놓은 결과가 되어 어셔를 불러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고 내가 한 자리 더 옆으로 가서 앉으면 맨뒷줄이라 다른 관객에게 방해도 되지 않고 내 시야도 확보하면서 다른 관객들과의 거리도 멀어지니 좋지 않느냐고 했지만 내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완전 기계적으로 자기들이 설정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야 한다고 해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경기아트센터처럼 제대로 자리를 설정해 놓으면 그런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아, 이런 건 정말 다른 공연장들이 보고 배워야 하는데…….

무대를 보니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의 특징인 반원형으로 돌출된 부분의 무대에는 세트를 설치하지 않고 프로시니엄 안쪽의 공간에만 설치해 놓았는데, 하수 방향으로 테라스로 통하는 거실 창문과 그 옆으로 주방으로 통하는 공간, 그리고 앙리 할아버지의 방문이 있었다. 중앙 거실 한쪽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으며 상수 방향으로는 콘스탄스의 방문이, 그 옆으로는 화장실로 통하는 문이 있고 마지막으로 현관문과 현관문 밖의 인물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이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극은 특별한 반전도 없고 앞으로의 전개도 뻔히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순차적 구성의 극이었지만 요소요소 집어넣은 코믹한 설정과 그런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평범하지만 무대 세트의 구성도 효율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외부로 통하는 유리창 너머의 상황을 보여주거나 예축하게 하는 연출도 좋았다. 늘 생각하던 것이지만 이순재 배우의 연기는 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것이 강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힘을 주지 않고 하는 연기 덕분에 자연스럽게 실제 삶을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발성은 솔직히 연극에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시절에는 힘이 있어서 그의 탁한 발성도 객석에까지 잘 전달이 되었었겠지만 나이가 들어 목소리에 힘이 빠지니 그의 발성은 확실히 대사 전달에 장애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육성으로 연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박소담 배우는 스크린을 통해서만 보았었는데, 생각보다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보통 연극무대를 거치지 않고 스크린이나 방송으로 나가 벼락 스타가 된, 형편없는 연기력을 가진 일부 젊은 배우들의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대사 처리도 분명하고 감정선도 좋았으나 바로 그 감정의 명암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연출의 지시에 의한 것일 수 있겠으나 마지막 장면에서는 좀더 감정을 분출했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 방송에서 주로 코믹한 조역을 많이 맡았던 조달환 배우는 이 작품에서도 감초 역을 톡톡히 해 내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큰 울림이 있는 작품도 아니고, 연출이나 구성에서 기존의 연극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모습이 담긴 작품도 아니지만 그냥 잔잔하고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웰빙연극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TV나 영화에서 자주 보던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다보니 객석의 반응도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생각된다. 흥행도 괜찮았는지, 1층을 대충 둘러보니 판매 좌석은 거의 자리가 다 차 보였고 특히 젊은 관객들의 비중이 높은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학로에서 인기를 얻고 공연되는 작품들을 이렇게 경기아트센터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획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서울에서 공연되는 화제의 연극들을 경기아트센터의 무대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추천하기

댓글 0개

인접 게시글 목록
이전글 신선한 충격이 오래 남는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 신혜선 2021-03-22
현재글 잔잔한 감동이 있었던 웰빙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 박형석 2021-03-29
다음글 경기도무용단- 률 노우정 2021-04-02
  • 인쇄 게시글 화면 캡쳐

만족도 조사

평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