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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실내악축제 - 수원   추천 0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0-10-23 조회수 413
경기아트센터가 주관하는 경기실내악축제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로부터 독립하여 송영훈(Vc)을 음악감독으로 위촉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두 번째 해. 제대로 진행이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날을 잘 잡은 건지 개막을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덕에 개막 공연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공연 끝나고 출차하는 걸 생각해서 지상에 주차를 하고 내리니 소극장 벽면에 여러가지 문구가 투사되고 있었다.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이었는데,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함께 여러가지 경기아트센터의 정보를 쉽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아트센터는 티켓 가격에 다라 경지지역화폐로 일부 금액을 페이백해 주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나는 이날 R석을 30% 할인받아 14,000원에 구매했는데, 8,000원을 페이백 받았으니 이날의 실질적인 관람료는 6,000원인 셈이다. 어느 정도까지 예산이 책정되어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경기도의 이런 정책은 공연예술계가 고사 직전인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계를 살리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이 널리 알려져 많은 관객들이 적은 부담으로 공연장을 찾고 그에 힘입어 공연계는 활로를 찾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송영훈(Vc)을 필두로 신지아(Vn), 조재혁(Pf) 세 연주자가 무대로 나오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2번>으로, 보통 브람스 트리오 하면 생각나는 1번이 작곡되고 20년 뒤에 발표된 곡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날 가장 관심을 끈 연주자는 신지아였는데, 그것은 그동안 조재혁이나 송영훈은 간헐적으로나마 연주를 접할 수 있었던 연주자들이었으나 신지아는 최근 한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공백기 이후 무대에서 처음 보는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는 다소 긴장한 듯, 여유 있는 송영훈 첼리스트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는데, 하지만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악보를 바라보는 눈이 마치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는 것 같았다. 이들은 1악장 연주를 끝내고 만족한 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교환하기도 했는데, 곡이 다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마이크를 잡더니 이날 연주에 임하는 소회와 간단하게 곡에 대한 해설을 한 뒤에야 나머지 세 개 악장을 마저 연주했다. 이 곡은 조재혁 피아니스트에 의하면 진흙 속에 파묻힌 진주 같은 곡이고, 송영훈 첼리스트에 의하면 브람스가 만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고 음악을 들어보니 정말 세속의 모든 것을 초월하여 순수한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푠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속을 초월한 희노애락이라는 게 가능한지는 나 스스로도 의문이지만. 특히 3악장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빼어나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벅차 오르기도 했다.

두 번째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 풍의 피아노 3중주>로 라흐마니노프가 19세의 나이로 작곡한 단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송영훈 첼리스트는 어떻게 열아홉 살짜리가 이렇게 극도로 애잔한 곡을 쓸 수 있을까 싶은 곡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애잔함을 느끼지는 않았으나 광활한 러시아 대륙에서 느끼는 황량함 끝에 오는 슬픔이랄까, 뭐 그런 느낌은 받은 곡이었다.

​마지막 곡으로는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전악장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비발디의 <사계>와는 달리, 여름에서 시작해서 봄으로 끝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봄으로 시작해서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의 순으로 연주하겠다고 했다. 겨울이 너무 잔잔하게 끝을 맺으니 좀 활기찬 가을로 끝을 맺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그런데 곡이 내가 알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일부 연주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일부는 상당히 낯선 부분도 있고 했는데, 아마도 원곡을 피아노 3중주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일부 변형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곡의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연주자들이 가장 신나게 연주한 곡이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근래 코비드로 인해 모든 분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이 힘든 것을 다 잊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고 피아졸라의 <망각>을 연주하겠다며 앵콜곡을 한 곡 더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이날은 연주회 에티켓을 모르는 관객들이 상당 수 있었던 듯, 브람스 3중주의 첫 악장을 빼고는 매번 모든 악장 사이에 상당한 숫자의 관객들이 박수를 쳤고, 연주자들이 이야기를 할 때 연이어 기침을 하여 연주자들이 눈길을 주기까지한 관객도 몇 명 있었다. 첫 줄에 앉은 나이 지긋한 여성 관객은 연주자들이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었으며 그 옆의 젊은 관객은 앵콜곡 연주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연주의 동영상 촬영은 저작권과 관련된 범법 행위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는 듯 했다. 커튼콜 촬영과 관련된 경기아트센터의 방침도 일관되지 않아서 내가 입장할 때 수표를 하던 어셔는 불가하다고 했고, 그래서 공연기획팀 직원에 문의하니 된다고 했으며, 공연 전 객석 앞에 나와 큰소리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던 직원은 분명히 커튼콜 촬영이 가능하다는 공지를 했음에도 어떤 직원은 또 커튼콜 장면을 촬영하는 관객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아직도 커튼콜 촬영에 대한 경기아트센터의 기본적인 정책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공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모든 건 관객 친화적인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갑자기 드는 의문 한 가지. 경기실내악축제인데 영문명이 GIMF(Gyeonggi International Music Fastival)다. GCMF(Gyeonggi Chamber Music Fastival)가 맞지 않나? 과거에 그런 이름으로 진행했었더라도 성격이 바뀌었으니 그에 맞게 이름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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