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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갈등과 화해(낙화유수)   추천 0
작성자 소윤수 등록일 2020-11-17 조회수 750
작품 내용에 대하여 경기아트센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내용만 보고 갔다가, 예매 티켓을 수령하면서 프로그램북 구입을 깜박하고 그냥 입장하다보니 처음에는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도 않고, 도대체 누가 콩쥐이고, 누가 팥쥐인지도 쉽게 구별이 되지 않았다. 처음 등장한 여인은 머리가 헝크러진 채 뭔가 무거워 보이는 보따리 하나를 힘들게 끌고 나오더니 돌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쥐어짜면서 고통스러워 하였다. 그 후 자신의 몸에 저주라도 붙어 있는 것처럼 떼어내려는 듯한 격한 동작을 하더니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듯 끝내 포기하고 만다. Paradise라는 술 집 앞에 있는 큰 문으로 다가가 소리를 지르고 문을 세차게 두들겨 보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 여인은 술 집 마담에게 "이 문 왜 안 열려요?"라고 묻자 술 집 마담은 태연하게 "그 문을 열만한 사람이 오면 열린다고 합니다"라며 시큰둥하게 대답하면서 뭔가 복잡한 갈등이 존재함을 암시한다.(B구역 2열 5번째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본 덕분에, 처음 등장한 여인(팥쥐의 현신)이 얼굴을 쥐어짜면서 보여준 그 일그러진 얼굴의 적나라한 표정, 몸과 옷에서 저주를 떼내려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거칠게 몰아쉬는 절박한 숨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일단 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처음 등장한 여인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자신은 항상 따돌림 당하는 존재였음을 한탄하고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절규하면서 인생의 파란을 심하게 겪었음을 짐작케 했다. 잠시 후 막이 바뀌더니 이번에는 키 작은 여인이 온 몸에 멍에 비슷한 것이 칭칭 감겨 옥죄고 있는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걸어나오며 바닥에서 뭔가를 지우려는 듯한 행동을 하다가 이 여인 역시 술 집 앞에 있는 큰 문을 두드리다. "이 문 언제 열리냐"고 술 집 마담에게 묻지만 술 집 마담은 똑같이 대답한다. 두번째 여인(콩쥐의 현신) 또한 누군가로부터 심한 미움을 받아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았음을 한탄하고 절망하듯 부르짖는다. 그 후 한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가 거만을 떨면서 나타나더니 이 자 또한 문을 두드리다가 자신이 화려하게 살아왔던 과거를 떠벌리게 되면서 임금(숙종)은 물론 어느 고을의 사또를 한 적도 있음을 이야기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콩쥐와 팥쥐가 그 남자와 얽히고 설키어 콩쥐가 신발을 인연으로 하여 사또와 결혼을 하였지만 팥쥐의 시기와 욕심으로 사또의 사랑을 빼앗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또는 팥쥐를 죽여 젓갈을 담아 팥쥐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패륜의 죄악을 짓게 되었다. 콩쥐는 사또의 행위를 말리지 못하고 방관하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살게 되었다. 세 인물 모두 이러한 사실을 기억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상대방의 책임이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상대를 원망한다. 한편 그 남자는 억겁의 세월 전에 지옥에 떨어진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하여 용기를 내 지옥까지 찾아갔다가 "결코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조건부 경고를 듣고 연인을 데리고 나오는 도중에 경고를 어길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며, 그때도 자신은 최선을 다했고, 연인이 대답을 하지 않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러자 술 집 마담이 지옥으로 자신을 구하러 왔던 남자의 뒤를 따라가다가 지옥 문을 거의 나오려는 순간 그 남자에 대한 의심과 자유로운 삶과 독립을 꿈꾸다보니 자신을 이끌어주던 남자가 "잘 따라오고 있소?"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결국 그 남자가 뒤를 돌아보게 되어 둘 다 지옥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던 그리스 신화의 장본인임을 알고 흠칫 놀라며 괴로워한다. 4명의 등장인물이 모인 자리에서 각자 자신이 상대방으로 인하여 고통받았다며 원망을 하다보니 갈등은 절정에 이르고, 남자는 끝내 자신의 옛 연인인 술집 마담과 화해하지 못하고 다시 또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속세로 돌아가고 만다. 하지만 전생의 콩쥐와 팥쥐였던 두 여인은 술집 마담의 중재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면서 각자 가지고 있던 무꺼운 보따리(팥쥐 것)와 멍에(콩쥐 것) 그리고 엉켜 있는 줄꾸러미(술 집 마담 것)를 뜯어버린다. 그 안에는 새 털 처럼 많은 번뇌와 갈등이 꽁꽁 뭉쳐 인생의 무거의 짐이 되어 그 주인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그 갈등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니 가볍게 공중으로 흩어지며 하얀 눈처럼 날리게 된다. 그제서야 세 여인은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어느덧 큰 문 사이로 강렬한 빛이 비춰오며 세 여인은 가슴 벅차하며 막이 내린다.연극을 보기 직전에 나는 오후 내내 법정에서 재판을 하고 왔다. 내 의뢰인인 피고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고소인과 증인을 세차게 몰아치고 다그치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변론을 하였지만 여러 명의 증인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의 의뢰인(피고인)만이 잘 한 것만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깊어졌다. 양측에서 설명하는 사실관계는 동일한데, 그 사실에 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각자의 주관과 가치관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의심하다보니 오해가 생기고, 결국 미움의 싹이 트게 되며,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서운함을 주변 사람들에게 표시하게 되고, 그 주변 사람은 화해를 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갈등을 확대시키다보니 결국 모두가 법정까지 오게 된 사건이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연극의 내용과 실제 우리의 삶이 어쩌면 이리도 똑같이 닮았을까 싶었다. 인간은 이 연극처럼...또한 그 재판 사건처럼...오로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상대를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상대에게 진심을 털어놓는 대화를 하기 전에 우선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상대의 행동과 마음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왜곡시키며, 그것을 자꾸 확대재생산하는 우를 범하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연극 막바지에 Paradise 술 집의 마담이 두 여인에게 "너희들 낙화유수(落花流水)라는 말 알아?" 라고 하더니 "존재는 언제나 소멸로 달려가지만 결국에는 흘러 흘러 만나게 되어 있어!" 라고 외친다. 그렇다. 꽃인들 완전하랴? 모든 꽃이 제 철에 활짝 피어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다. 또한 벌과 나비가 없으면 제 아무리 화려한 색깔과 향기를 품고 있어도 저 혼자 저절로 열매를 맺지는 못한다. 꽃이 진다해서 그것으로 영영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물 위에 떠 가다보면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꽃은 꽃대로 피고 지고, 물은 물대로 흘러가면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가 현실세계와 크게 구분이 있을까? 인간으로서 외롭지 않고, 서로 올곧게 사랑하며, 서로에 대한 미움과 오해, 시기, 갈등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사는 것이 이상적인 세상이 아닐까 싶다. 요즘같이 코로나 블루로 인하여 쉽게 예민해지고 화가 많아진 때에 우리 모두 집착하며 서두르는 마음을 버리고 조금만 여유로워지고 너그러워졌으면 싶다.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와 서양의 신화를 접목하고 융화하여 재미있는 연극작품을 탄생시킨 참신한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낸다.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과 화해하는 방법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아주 유익하고도 재미 있는 연극 낙화유수를 기획하고 공연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 날 재판에 등장했던 분들도 여자 4분이었고, 낙화유수 연극을 관람하게 되면 서로 금방 화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재공연을 하면 그 네 분을 내가 꼭 초대하고 싶다.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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