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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 레퍼토리 공연의 정석   추천 1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10-07 조회수 294

경기도무용단의 <경합>은 정구호 연출이 참여한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공연 며칠 전 보도를 보니 김상덕 전 국립무용단장이 새로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에 취임했다고 해서 더 호기심이 생겼다. 이 분이 국립무용단에 있을 때의 작품이 좋았던 터라 앞으로 경기도무용단과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기대되는 마음에 공연장을 찾았다. 티켓을 찾아 자리를 찾아가 앉는데 1층 E구역 중간에 있는 출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있는 자리였다. 자리가 좀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실제 앉아보니 무대 상수 방향이 일부 가리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 자리는 중간입장이 이뤄지는 자리라 공연 중간에 중간입장객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는 일곱 개의 대형 문살이 배튼에 매달려 내려와 있었고 오케스트라 피트도 열어져 있어 혹시 실연으로 반주를 하는 것인가 싶어 어셔에게 문의했더니 피트는 열려 있으나 연주자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런데 왜 피트를 열어 놓았는지는 모르겠다. 공연 전에 객석을 둘러 보니 1층에는 거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객석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경합>은 조선 후기 기생의 양성교육기관이었던 권번을 무대로 그곳의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다. 권번에서는 춤과 노래, 악기 연주, 그림과 서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교육을 시켰고, 마지막에는 배반이라는 졸업시험을 통과해야만 일패 기생을 상징하는 기예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생은 그 수준에 따라 일패, 이패, 삼패로 나뉘는데 일패 기생이란 어릴 때부터 기예학교에서 글과 춤, 노래, 행실을 배워 수료한 기생들을 일컫는 말로 일패에 오르면 여느 기생들과는 달리 나라에 큰 잔치가 있을 때 궁궐에 불려들어가 임금 앞에서 흥을 돋우는 일에 참여할 수 있었고 꽤 큰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러한 권번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일과와 수련 과정, 그리고 그 사이에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합해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무용극으로 만들었다.

일단 소재와 스토리 설정이 좋았다. 기생을 키워내는 권번이라고 하는, 대중들이 호기심을 갖고는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비밀스러운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신선했다. 교육기관이 배경이고 더욱이 그 속에 경연이라는 형태의 장치를 넣음으로써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춤의 내용 등을 다양하게 변형하고 확장할 수 있어 차후 다양한 형태로 극의 구성을 달리 가져갈 수 있어 레퍼터리 작품로는 제 격인, 매우 영리하게 구조화된 작품이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권번에서 배우는 다양한 춤들은 마치 발레의 디베르티스망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한국무용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적합한 형태였다. 무대 세트는 우리의 전통 문살을 앞뒤 배튼에 달아 오르고 내림으로써 변화를 주었고 중간중간 사각의 전통 등 형태의 세트도 역시 배튼에 매달아 내림으로써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으며, 권번에서의 교육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턴테이블을 활용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교육 모습을 관객들이 두루 잘 볼 수 있도록 연출한 장면도 좋았다. 연희 무리와 초희 무리의 복색을 녹색과 적색으로 대조시킨 것도 녹의홍상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대비색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다양한 의상을 보여준 점도 시각적으로 좋았다. 음악은 국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두루 사용했는데, 최근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를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구성으로 들어가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최진사와 연희, 김진사와 초희 사이의 러브 라인에 설득력이 부족했다. 두 사람이 한눈에 서로에게 반했다는 설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이 장면에서 김진사의 춤은 경망스럽기까지 해서 잘 와닿지 않았다. 선비들에게 적당한 분량을 주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으나 권번의 경연에 선비들이 초대된 것도 다소 의아하거니와 이들이 경연이 끝난 자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경연의 종목 설정도 다소 의아했다. 치열한 경연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지극히 정적인 춘앵무는 적합해 보이지 않았는데 어째서 많은 춤 가운데 춘앵무를 택한 것인지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 혹 화려한 의상을 살리기 위해 그랬나 싶기도 하지만 경연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것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실제 무용 전문가들을 심사위원으로 놓고 벌이는 경연이므로 스토리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설정이 실제 상황이 아니라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극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긴박감이 느껴져야 하는 상황에서 정적인 춘앵무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춘앵무였고 승리가 춘앵무 쪽으로 가도록 설정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초희 무리가 춘 검무 또한 템포가 느리게 설정되어 경쟁의 치열한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승패를 결정하는 교장의 판정 부분도 긴장감 없이 풀어진 느낌을 주게 되었다. 경기도무용단의 특징이자 장점의 하나가 연희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 연희패가 나오는 장면이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기는 했는데 막상 연희패의 공연은 참신한 내용이 없이 늘 보는 그저그런 내용이어서 많이 식상했던 점도 아쉬웠다.

이날 돋보였던 점 가운데 하나는 군무였다. 경기도무용단의 군무는 이날 공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단원들의 기량이 고르지 않으면 군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날 경기도무용단의 군무는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관객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주역 무용수인 이예닮, 이나리 두 무용수의 역할이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적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두 무용수의 독무가 두드러진 게 없었던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군무진의 앞에 서서 춤을 추든지, 아니면 군무 사이의 짧은 독무가 대부분이었고 본격적인 독무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여서 그런 점은 좀 아쉬웠으며, 연희와 최선비, 초희와 김선비의 2인무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다음 번 공연에서는 주역 무용수들이 조금 더 도드라지도록 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고, 앞으로 레퍼토리 작품으로 다양한 변용이 가능한 구조를 지닌 작품이라 다음 번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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