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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저력을 보여 준 공연 <역의 음향>   추천 1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09-28 조회수 559
지난 9월 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봤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원일 예술감독이 부임한 직후인 2020년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라는 완전히 새로운 네이밍을 들고 나와 잔뜩 기대를 하게 만들더니 이후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라든지, <반향>, <21세기 작곡가 시리즈> 등을 통해 기존의 경기도립국악단 시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의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모습에 환호를 보냈으나 솔직히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정통 국악관현악단으로서의 연주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관객들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이번에는 국악관현악만으로 무대를 꾸민다고 해서 티켓 오픈하는 날 바로 예매를 했다. 이번 공연은 경기아트센터의 2020 레퍼토리시즌 공연이면서 동시에 국립극장의 2020-2021 레퍼토리시즌 공연을 겸하고 있어 특별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도 공연을 하게 된 것 같다.

객석에 들어가 보니 무대는 3단으로 구성되어 대체로 1단에 현악기가, 2단에 관악기가, 그리고 3단에 타악기가 배치되어 있는 모양새였으나 소금과 대금의 일부는 1단으로 내려와 있었고, 해금과 아쟁의 일부는 2단으로 올라가 배치되어 있기도 했다. 타악기는 대개의 국악관현악 연주에서 그렇듯이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뒤섞여 있었으며 무대 앞 하수 쪽에는 가야금이, 상수 쪽에는 가야금이 배치된 형태가 눈길을 끌었는데 국악관현악에서는 가야금과 함께 주로 앞에 배치되는 해금과 아쟁은 가야금과 거문고의 뒤쪽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첫 곡은 김성국의 <공무도하가>. 제목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고대가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평가되는 <공무도하가>에 얽힌 산문 기록을 바탕으로 작곡된 곡일 것이라 생각하니 곡 초반에 가야금으로 연주된 트레몰로는 마치 백수광부가 죽기 전 강물의 잔물결을 연상케 했다. 조용한 분위기로 시작한 음악은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더니 아마도 백수광부가 물에 빠지는 대목인 듯, 한차례 광풍이 일듯 전체 악기의 합주로 격렬한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이내 가라앉고 피아니시모의 대금 합주가 조용히 이어지는데 마치 백수광부에 대한 진혼곡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두 번째 곡은 김대성의 <열반>이라는 곡으로 강권순 명창의 여창 가곡이 동반된 곡이었다. 이 곡도 제목에 의거하여 곡을 들었는데 초반의 다소 어두운 음색의 음악은 고뇌와 번민이 가득한 상태를 표현한 것이고, 후반부의 밝은 음색은 해탈의 경지에 기쁨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이 대목에서는 나발과 나각이 번갈아 가며 연주되어 열반의 환희를 표현해 주었으며 이후 격렬한 멜로디로 열반이 가져다준 열띤 분위기를 조성하다가 여창이 합쳐지면 장엄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세 번째 곡은 이번 공연을 위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위촉했다고 하는 앤서니 그래드 콜맨의 이었다. 프로그램북에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곡으로 꼽고 있었는데, 가야금 3, 거문고 5, 아쟁 1, 해금 3, 대금 1, 피리 4의 다른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출한 편성으로 연주되었다. 일단 현대적인 음향을 들려주었다는 점에서는 신선했으나 아무래도 국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우리 작곡가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듯, 이날 연주된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 비해 국악기가 가진 다양한 음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잘 이해를 하지 못해서인지 이날 연주된 곡 가운데 가장 흥미가 떨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듣다 보니 문득 악기 앞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터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시도가 무척 반가웠다. 보통 국악관현악단의 공연에서는 작은 국악기의 음량을 보완하기 위해 마이크 사용은 필연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선입견을 허문 것이 국립국악관현악단이고 그래서 이 대열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합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마이크 없이 자연음향의 공연이 가능하려면 공연장의 음향이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인 경기아트센터는 그런 컨디션을 갖고 있지 못해 일회성의 시도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2부에서는 먼저 손성국의 <울돌목>으로 대금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프로그램북에 의하면 이 곡은 작곡가가 대금이 한 호흡에 여러 소리를 미끄러지듯 낼 수 있는 특성에 부합하는 소재가 파도라고 생각해, 우리나라에서 파도가 가장 거센 울돌목을 소재로 택한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날 연주된 곡 가운데 가장 좋았던 작품이었다. 일단 대금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대금의 카덴차 부분에서는 이런 소리도 대금에서 낼 수 있나 싶은 소리들이 다양하게 들렸다. 플룻의 하모닉스와 유사한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소금과 유사한 높은 소리도 있었다. 협연을 한 이필기는 현재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부수석이라고 하는데 마이크 없이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총주를 뚫고 대금 소리를 객석까지 들려주어 국악기는 음량이 작다는 편견을 불식시켜 주었다. 협연자의 악기만 특이한 소리를 들려준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도 일반적으로 들을 수 없는 연주 방법으로 독특한 음향을 들려주었는데, 예를 들면 곡의 시작 부분에서 대금의 독주에 반주를 한 해금의 피치카토 기법도 특이했고 가야금은 손으로, 거문고는 술대로, 해금은 활로 각각 현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 아예 모든 현악기의 현을 손으로 문질러서 내는 소리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국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하지만 보통의 연주에서는 들어보기 어려운 새롭고 다양한 소리들의 향연이었다.

마지막 곡은 정일련의 <사물놀이 협주곡 혼>이었다. 사물놀이는 오래전부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하는 사례가 꽤 많아서 서양음악을 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거나 재즈나 월드 뮤직 그룹들과의 협연도 많았고. 이번처럼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도 물론 적지 않게 있었다. 아무래도 사물놀이 협주곡은 박범훈의 <신모듬>이 가장 유명하지 않나 싶은데 정일련의 이 곡은 2011년에 초연된 이래 이번에 개작 초연된 작품이라고 한다. 박범훈의 <신모듬>에 비해 사물놀이가 주는 짜릿함과 호쾌함은 다소 적지만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다양한 리듬과 함께 사물놀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편경을 뉘어놓고 연주하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나중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관계자의 말을 들으니 이건 작곡가가 악보에 그렇게 연주하도록 지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아쟁 가운데 몸집이 더 크고 붉은색을 칠한 것이 대대아쟁이라고 다른 아쟁보다 한 옥타브를 더 낮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라고 하는데, 그 악기가 아쟁 가운데 끼여 있었으나 다른 소리에 묻혀서 그 악기만의 소리를 구분해 내지는 못했다. 음향적 효과를 위해 무대 상수 쪽 어 앞에 자리한 태평소 주자와 짝을 맞추기 위해 하수 쪽의 태평소 주자를 팀파니 주자 자리에서 연주하게 한 것도 특이했고, 바라를 양쪽에 앉은 타악 주자들이 번갈아가며 연주하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재미있었던 것은 연주에 사용하지도 않는 어와 축을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사실 난 언제 저 악기들이 연주되나 하고 기다렸으나 끝까지 한 번도 연주를 하지 않기에 의아했는데 이것도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관객들에게 국악기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전통 국악을 소화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해오름극장 음향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마이크의 도움 없이도 큰 극장의 내부를 충분히 울려주는 음량과 함께 안정된 연주와 치밀한 앙상블이 조화를 이룬 좋은 무대였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기대하게 만들어 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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