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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뼈>, 유연한 배우들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던 무대   추천 1
작성자 박형석 등록일 2021-11-28 조회수 293
이 공연은 경기아트센터가 처음으로 지난해 공모한 창작 장막 희곡 공모전에서 111: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박진희 작가의 희곡을 무대화한 것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관람일이 여의치 않아서 관람하지 못하다가 겨우 하루를 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공모전에서 당선되더라도 작품이 실제 무대에 오르기는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국 무대화되지 못하고 당선으로만 그치는 경우도 허다한 사정을 감안하다면 이번 경기아트센터의 공모전은 당선된 지 만 1년도 되지 않아 경기아트센터라는 대형 무대에 경기도극단이라는 우리나라 굴지의 극단에 의해 올려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작가에게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공모전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날 내가 앉은 자리는 1층 A구역의 7열로 무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 겸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그중 하나의 테이블에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내 자리가 사이드라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무대 중앙 업스테이지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스크린이 내려져 있고, 무대 상수 방향에도 따로 세로로 된 스크린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두 스크린 사이에는 배우들이 등퇴장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무대 하수 방향은 내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곳은 단순히 배우들의 등퇴장 공간으로만 활용되는 것 같았다. 내 앞줄에 관객이 들어와 앉았으나 경기아트센터는 한자리 띄어앉기를 시행하고 있어 앞사람으로 인한 시야장애는 전혀 없었다.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50대 가장인 김병태는 어느 날 가족들에게 에콰도르로 떠난다는 편지 한 통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병태의 아내 경아와 딸 수민은 아버지를 백방으로 찾아다니면서 병태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과 점점 물고기로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병태의 상태를 교차하며 보여주며 그 사이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들이 얽혀서 나타난다. 극의 장면 장면이 파편화되어 전개되기 때문에 처음 본 이 작품의 줄거리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북에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병태가 있던 회사의 물류창고에서 사망한 알바생은 근래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죽은 젊은 노동자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신약 개발을 위해 부정한 실험을 하는 진규백 교수는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다 발각된 황우석 교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정의를 위해 사건을 파헤치는 유튜버 송 PD는 '좋아요'와 '구독'을 외치며 그의 정의도 사실은 돈을 위한 행위에 다름 아님이 드러난다. 결국 이 작품은 병태의 실종 사건을 계기로 병태의 가족들이 그를 찾는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하나씩 무대 위에 펼쳐 보이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모두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가면을 쓰고 마치 물고기들이 부유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우리 모두는 이 사회라는 수족관 속에서 죽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쓰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의미를 드러내려는 것 같이 보였다. 첫 장면에서 병태와 상담을 하는 상담사의 목소리가 이상한 것은 아마도 수족관 속에서 수족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때의 그런 소리를 흉내 낸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수족관 안의 병태에게는 외부의 소리가 다 그렇게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좋았던 연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경기도극단의 공연을 보면 배우들의 움직임이 오래전 연극 무대에서나 볼법한 딱딱한 분위기의 움직임이어서 근래 많은 연극 작품들에서 보이는 배우들의 유연한 몸 동작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탈피하여 물고기들이 부유하는 듯한 동작을 그럴듯하게 보여주었는데,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무대가 간결했던 대신 영상의 사용이 매우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대에는 별다른 세트 없이 테이블, 또는 의자로 사용되는 소도구들을 배우들이 옮겨가며 장면 장면에 필요한 세트들을 만들어냈는데, 꽤 효율적이었다. 간결한 무대가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영상으로 커버했는데, 병태가 환상 속에서 죽은 알바생을 만났을 때, 영상으로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나온다든지, 진 교수가 병태와 만나 역진화하는 증상을 이야기할 때, 에콰도르 현지의 모습이 나온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이해도 돕고 현실적인 분위기도 조성하는가 하면, 마지막 장면 인물들이 가면을 쓰고 부유하듯 움직일 때에는 마치 물속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거대한 물고기 모형의 오브제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이어서 처음엔 영상으로 보이는 것인 줄 알았으나 실제 만들어진 모형이었는데 사실 좀 섬찟한 느낌도 들었고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장면들이 파편화되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많아 보고 나서도 한참을 곱씹어 보아야 할 만한 작품이어서 한 번 더 보았더라면 더 많은 장면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극단의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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